2015년 6월 21일 일요일

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는다 <달인 김병만>







KBS '개그콘서트' 오디션 당일, 수근이와 나는 비장한 각오로 죽도를 들고 방송국에 찾아갔습니다. 키도 올망졸망한 애들이 잔뜩 긴장해서 들어가니 '쟤들 뭔가' 하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. 감독님과 기라성 같은 선배 개그맨들이 있었습니다.
 
영화 속 무사들의 대결을 슬랩스틱 브릿지 개그로 꾸며 보여줬습니다. 브릿지는 '개그콘서트'에서 코너와 코너 사이 잠깐 쉬어 가는 5~6분짜리 짤막한 개그입니다. 우리들이 보인 개그가 새로웠을 겁니다. 
"이런 아이템이 몇 개나 있어요?"
"150개 있습니다."
"에이, 거짓말 말고."
"여기 다 적어놨는데요?" 
나는 감독님에게 1번부터 150번까지 번호가 붙은, 개그 아이템을 빼곡하게 적어 놓은 아이디어 노트를 건넸습니다. 연극 무대에 설 때부터 선배님들이 연기 얘기를 할 때마다 적는 버릇이 있었습니다. 아마도 할아버지 영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.
 
할아버지는 염소를 산에 방목해서 키웠습니다. 어린 나를 옆에 앉혀 놓고 노트에 빼곡히 적은 계획을 보여 줬습니다. '염소 한 쌍을 샀으니 내년에는 몇 마리가 되고, 5년 뒤에는 몇 마리가 될 것이다. 그러면 소득이 이렇게 되니 이런 계획을 세울 수 있다.' 나는 할아버지와 같이 살면서 그런 계획성 있는 모습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.
 
감독님이 내 개그 노트를 열고 처음부터 죽 훑어보더니, 바로 소리를 질렀습니다. 
"녹화 뜨자!" 
그렇게 생애 첫 방송 무대에 올랐습니다.

외발자전거 묘기를 마지막으로 최근 KBS '개그콘서트'의 '달인' 코너를 떠난 개그맨 김병만이 쓴 《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》에서 옮긴 이야기입니다.

꿈을 향해 꾸준히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법입니다.
승패는 컨트롤 할 수 없지만 준비는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지요. 


출처 : 곽숙철의 혁신이야기

댓글 없음:

댓글 쓰기